이 편도 저 편도 아닌, 깍두기

남들이 아깝다 할 나이에, 이 세상 사람이 보기엔 잠자듯, 저세상에서 보기엔 소풍에서 돌아오듯 그렇게 선종하게 해 달라는 소리이다.
- 사장님 : 커피 나왔습니다. - 나 : 감사합니다. - 사장님 : 안녕히 가세요. - 나 : 안녕히 계세요. - 사장님 : 수고하세요. 갑자기 인사 배틀 같았다. 가게에서 듣기 어려운 말이기 때문에 뭔가 어색했다. 아마 사장님도 이게 첫 창업이신가? 얼마전까지 직장생활 하셨던 분일까? 궁금했다.

오랜만에 기다려본다. 밖에서 마시는 커피도 오랜만인데. 좋다. 출퇴근 할 땐 몰랐던 동료와 모닝커피 마시며 안부를 묻고, 식후커피를 마시면서 농담 하던 시간들. 건물안에서 슬리퍼 신고 다니는 사람들이 부러워진다. 친가에서 3일을 보내는 동안 웃은적이 한번도 없다. 웃을 일이 없어서라고 하지만 내 안에 짜증이 많이 차 있어서인거 같다.

어제 저녁은 내 친구네 레시피에 나왔던 '오상진 어머니 묵은지멸치볶음'을 해먹으려고 레시피를 검색하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. '엄마가 해준 가장 맛있는 음식을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해먹으면서 행복하니, 참 좋겠다. 우리 엄마표 특별한 음식이 있다는거 정말 좋겠다' - '오빠는 엄마가 해준 음식중 저런게 있어? 어떤거야?' - '뼈해장국' - '맛있지. 많이 해달라고 해' 나는 엄마가 해주던 깍두기...

고깃집에 가서 고기가 익기도 전에 드시려고 하는 부모님을 보며 '조금도 못 기다려...' 했었다. 모처럼 큰돈 들여 '친정엄마' 뮤지컬을 보고 오는 전철에서 힘들어하는 부모님을 보며 '엄마는 내 맘도 몰라주고 재미없었나 보네. 내가 운전해서 차로 모시고 다녀올 수 있었음 좋았을텐데' 했었다. 씹는 힘이 약해서 샤브샤브에 채소 조차도 잘 못씹어서 씹다가 뱉어낸 걸 보고 '엄마는 부끄럽게 휴지로 좀 가리지' 했었다. 차로 모시는 것도 내 만족이였지 않았을까. 항상 생각이 내 중심이었구나. 철들람 아직 멀었구나.